주말을 맞이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빵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 리코 누나와 함께 오붓하게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스케, 게임을 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어제 니코 녀석이랑 또 한바탕 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리코 누나가 느닷없이 내 말을 끊더니, 게임을 하라고 명령. 아니, 권유했다. 갑자기 왠 게임? 나는 말이 끊긴 거에 대한 불쾌감과 뜬금없는 게임 이야기에 어이없음을 느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지, 이게 아니야. 게임을- 게임을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게임을 해- 해보면 어떨-까요? 으음-”
결국 전부 게임하자는 이야기잖아? 왜 저렇게 고민하는 거야? 인상을 찌푸리며 뭔가 계속 중얼거리는 리코 누나를 보며 머리가 살짝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게임이라면- 누나가 하고 있는 대전액션 VR게임을 말하는 건가? 뭐, 이미 대답은 나온 상태지만, 왜 예전에는 별말 없다가 뜬금없이 같이 게임하자고 권유를 하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게임을 하죠. 유스케.”
“싫어.”
“단칼에 거절하냐?!”
내가 아무런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자, 리코 누나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깜짝 놀랬다.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대답해!”
“생각은 해봤어. 역시 싫어. VR게임도 어렸을 때 몇 번 해본 게 전부이고, 게임 센스라는 것도 나한테는 없다고 생각해. 거기다-”
나의 말에 누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내게 먼저 입을 열었다.
“누나도 알고 있듯이 나는 정신적으로 꽤 불안해. 물론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만약이라는 경우가 있어. 대전 중이나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는 도중에 이상이 생겨 강제로 링크 아웃 되면 누나에게-”
“그건 진짜 만약의 경우잖아. 바보 동생 씨. 거기다 너 지금 쓸데없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리코 누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목이 타는지 자기 앞에 놓여있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쓰게 웃었다.
“뭐, 나한테 폐 끼치기 싫다는 마음은 진짜 고마워. 진짜 쓸데없는 참견이지만 말이야. 정말이지 고작 게임 하나 즐기는 거에 그런 거까지 생각하다니- 너는 진짜 바보야.”
리코 누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오른팔을 뻗어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게임 하는 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응? 거기다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게임을 하며 평소에 쌓아두던 스트레스나 속앓이 같은 것이 풀다 보면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이 어느 정도 나아진대.”
“에?!”
“네 담당 의사에게도 조언을 구해봤어.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하더라. 너는 너무 속으로 쌓아두고, 꾹꾹 참아두는 성격인지라 단순한 격투, 액션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치료에도 꽤 괜찮을 거래.”
진짜 언제부터 그런걸 조사하고, 내 담당 의사에게까지 갔다 온 거야?! 정말 누나의 말도 안 되는 행동력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정말 남매 둘 다 게임 하나 가지고 별걸 생각하고, 별걸 다 하는구나. 이렇게 나오면- 할 수밖에 없잖아. 무진장 찝찝하지만-
“알았어. 할게. 단, 재미없으면 안 할거야?”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리코 누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케이블을 꺼내 자신의 목에 장착된 뉴로링커에 케이블 끝에 달린 플러그를 삽입하더니, 나머지 한쪽 플러그를 내게 내밀었다. 유선직결통신. 약칭. 직결이라는 것으로 간단하게 서로의 뉴로링커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뭐, 꿇리는 것도 없고, 가족이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누나가 내민 플러그를 내 뉴로링커에 꽂았다. 눈앞에 와이어드 커넥션이라는 경고 문자가 떴다가 사라졌고, 나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뉴로링커 화면을 조작하는 걸로 보이는 리코 누나에게 경고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수상한 파일 같은 거 없어.”
“헤에,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걸까나?”
이런, 오히려 불 붙인 건가? 진짜 수상한 파일은 없지만, 역시 남의 파일을 함부로 보는 것은 찝찝하다. 그래서 누나가 혹시 수상한 짓을 하나, 지켜보고 있는데, 때─앵, 하는 비프 음과 홀로그램 다이얼로그 창이 하나 떴다.
[BB2039.exe를 실행하겠습니까? YES / No]
이게 누나가 말하는 게임인가? 오른손을 들어올려 YES 버튼을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거대한 불꽃이 피어 올랐다. 홀로그램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깜짝 놀랬다. 이곳 저곳 거세게 타오른 화염의 흐름은 눈앞에 집결돼 한 타이틀 로고를 만들어냈다. 투박하지만, 꽤 멋지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의 타이틀인-
<BRAIN BURST>
불타오르는 타이틀 로고 밑에 있는 바가 100% 도달하자, 로고가 불에 모두 타버린 듯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오렌지색 잔광이 작은 영어 폰트로 <Welcome to the Accelerated World>라는 문자를 만들고, 이것마저도 금세 불똥이 되어 사라졌다.
“꽤나 화려한 설치화면이었어.”
“그렇지? 그나저나 다행이네. 제대로 설치되어서-”
“잠깐, 그거, 무슨 소리야?”
“브레인 버스트는 뛰어난 뇌신경 반응속도가 없으면 설치가 불가능하거든. 그러니까 유스케가 아까 걱정하던 게임 센스 같은 것도 전혀 문제 없다는 사실!”
정말 그런 중요한 사실을미리 말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적성이 없다고 나오면 어쩌려는 거야? 나는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이야기를 하느라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누나도 이야기 하느라 목이 말랐는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브레인 버스트라는 게임은 현실을 무대로 한 매칭 배틀 대전게임으로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대전할 상대를 찾을 수도 있고, 도전 받을 수도 있어. 그리고 통각 재현 시스템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적에게 공격 당할 시 현실에서 타격을 당한 것과 동등한 통증을 느낄 수 있어. 꽤 짜릿하지?”
“잠깐만?! 통증을 있는 그대로 느낀다고? 그거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지 않아?”
“그거보다 플레이어 수는 도쿄를 중심으로 대략 천명 정도이고, 다른 지역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
“누나? 지금 말 돌린 거지? 리코 누나?”
나의 말에 리코 누나는 내 시선을 피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분명 계속 설명을 하며 그 화제를 넘기려는 속셈이다. 아, 정말이지. 아직 게임 접속도 안 해봤는데, 벌써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간다.
“게임 시스템에 대한 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듀얼 아바타가 생성되는 다음 날에 설명하면 될 거 같고, 아, 주의사항 하나. 오늘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절대 접속하지 말고, 뉴로링커를 절대 벗지 마.”
“알았어.”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나 할까? 설명하기 조금 애매하다고나 할까?”
뭐지? 아까까지 술술 잘만 설명하던 리코 누나는 뭔가 망설이는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진짜 뭐야?! 엄청 불안해진다. 방안 가득 맴도는 거북한 침묵에 나는 뭔가 화제를 꺼내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리코 누나가 입을 열었다.
“유스케, 이제부터 설명해줄 것은 엄청나다고나 할까? 한번 맛보면 분명 중독될 정도로 대단한 거야. 네가 이것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참견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무 과하게 쓰지는 말아줘.”
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걸까? 아, 정말 고작 게임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되는 거야?!
“그럼 따라 해봐. 버스트 링크!”
“버스트 링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굉음과 함께 내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푸른색으로 물들이며 세상이 멈춰버렸다.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체, 주변풍경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푸른색으로 물들어있는 리코 누나. 아니, 그 곁에 있는 리코 누나가 로컬 네트워크에서 사용하고 있는 빗자루를 든 마녀 아바타를 쳐다보았다.
“놀랐지? 이것이 브레인 버스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속’이라는 거야.”
“가, 가속?”
“그래, 주위가 정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 단지 우리의 의식. 뇌가 초고속으로 가동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이야.”
마녀 아바타의 설명에 방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니,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미세할 정도로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그거인가? 레이싱 선수들이 가끔 느낀다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 뭐, 정확한 용어는 모르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미안해. 유군, 겁쟁이라서 정말 미안해.
또 떠올라버렸다. 천천히 나한테 등을 돌리는 소녀와 아무리 있는 힘껏 뛰어도 한 끗 차이로 그녀가 떨어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나의 모습. 기분이 나빠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토할 거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누나가 있으니 참자.
“괜찮아?”
“아, 조금 기분이 이상하네. 이거 어떻게 꺼?”
표정 관리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족이라는 걸까?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단번에 들켜버렸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리코 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가속을 끄는 법을 물었다.
“해제 커맨드는 버스트 아웃이야.”
“버스트 아웃!”
아까 전과 비슷한 굉음과 함께 푸른 세계가 서서히 원래의 색을 되찾아 갔다. 머리와 가슴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눈을 감고,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이마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떠보니 내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을 체크하고 있는 리코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나, 괜찮아. 조금 멀미 비슷한 게 났어.”
“그래? 다행이다.”
“그나저나 그 가속이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조금 밖에 맛보지 않았지만, 가속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하며 누나가 왜 설명을 꺼려했는지 잘 알게 되었다. 멈춰있는. 아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나. 정확히는 아바타이지만 저것만 있으면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 싸움에서 이기는 것. 도박에서 이기는 것쯤은 아주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 푸른 세계. 가속 세계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소셜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3D영상으로 재구성해서 뉴로링커를 통해 뇌에 전송시키는 세계지. 원리는 복잡하니까 넘어갈게.”
리코 누나의 설명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소셜 카메라를 통해서 뇌에 전송시키는 거? 위험하잖아! 장난 아니게 위험해! 거기다 이런 위험천만한 프로그램이 게임에 쓰인다고? 제정신이야? 제작자?! 내가 혼란에 빠지고 있는 동안에도 누나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가속하기 위해서는 버스트 포인트라는 게 필요해. 기본적으로 100포인트를 주며 가속 한번 할 때마다 1포인트씩 깎이지. 그리고 그 포인트는 대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어.”
진심으로 이 게임을 제작한 작자들의 머리를 해부해보고 싶어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거야? 저번에 누나가 이야기해줬던 사이먼 파일 씨였던가? 누나 친구를 스토킹하며 계속 습격했다는 사람. 그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런 금단의 열매를 한번이라도 맛 봤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짓도 할 수 있었던 거겠지. 잠깐? 그럼 누나도-
“나는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타입. 가끔 학생회 일이 많을 때 쓰기는 하지만, 그거 빼고는 거의 안 써. 왠지 기분 나쁘거든. 가속이라는 거.”
“누나, 혹시 브레인 버스트에 독심술이라는 기능도 있어?”
“없어. 이건 나만의 고유스킬.”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리코 누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쩌다고 이런 수상한 프로그램을 설치한 건지. 지금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이 수상함이 가득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리코 누나가 걱정이 된다. 뭐, 같이 게임 하다가 여차하면-
“다른 것들은 내일 아침에 듀얼 아바타가 생성되면 설명해줄게.”
“알았어.”
“동생아, 조금 있다가 나랑 같이 흑설이 면회 가지 않을래?”
다과회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등뒤에서 리코 누나가 내게 권유했다. 흑설공주 선배 면회라- 학생회 회장인 누나 덕에 어느 정도 안면은 튼 사이지만, 면회까지갈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거기다 오늘은 나도 약속이 있다.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오늘 카나코 고모님이 가게 일 좀 도와달라고 하셨거든.”
“아, 그랬지. 깜박했다.”
“괜찮아. 어차피 고모님도 조카들 얼굴이나 보고, 용돈이나 줄 생각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거 같으니까. 고모님께는 내가 따로 잘 이야기해둘게. 누나는 친구 병문안 때문에 저녁 때 올 거라고-”
“고마워. 나중에 꼭 간다고 이야기 해줘.”
-
“그럼 먼저 나갈게.”
“나중에 봐.”
간편한 외출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간 유스케를 배웅해준 나는 방으로 가 병문안 때 입을 외출복을 고르고 있었다. 혼자라면 대충 입고 나갈 수 있지만, 학생회 임원들이랑 같이 가는 거라 적당히 꾸며줘야 한다. 이럴 때는 남자인 유스케가 부럽다. 대충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입고 나가면 끝이니까-
“괜한 짓을 한 걸까?”
적당히 튀지도 않고, 수수하지도 않은 옷을 고른 나는 방금 전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유스케의 뉴로링커에 설치시켜준 브레인 버스트라는 게임. 단순한 게임이라 하기에는 수상한 점이 넘쳐흐르는 그 프로그램을 소중한 동생에게 설치한 것을 떠올리니 불안해진 것이다.
그 때, 가속을 하자마자 유스케는 마치 기분 나쁜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하고, 무서워했다. 이유는 아마 그 아이가 계속 꾸고 있다는 그 날의 악몽. 그 아이는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그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무시하고, 조용히 있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꾹 참으며 말이다.
도대체 그 빌어먹을 계집은 언제까지 유스케를 괴롭힐 생각인 걸까? 그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니, 그 아이도 피해자다. 그런데 왜 그 아이 혼자 그 빌어먹을 계집에게 희생당하고, 계속 고통 받아야 하는 거지? 그러면서 너는 왜 행복한 거냐고?!
찌익! “아-”
너무 흥분해버린 나머지, 입을 생각으로 손에 들고 있었던 티셔츠를 찢어버렸다.
“한심하네.”
나는 들고 있던 옷을 침대에 던져버리고, 다른 옷을 찾기로 했다. 너무 흥분해버렸다. 반성해야지. 뭐,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이미 게임 설치는 다 했고, 그 아이도 하려고 마음- 먹은 거 같지는 않지만, 이미 결정해버렸다.
소중한 동생이랑 같이 즐겁게 게임을 하며, 그 빌어먹을 계집의 악령에게서 벗어나는 거다. 브레인 버스트의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
고모가 운영하는 앤티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찻집.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문을 열자, 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카운터에 앉아있던 단발 머리의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인. 카나코 고모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줬다.
“오래간만이구나. 유스케.”
“오랜만이에요. 카나코 고모.”
대략 한달 만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고모님에게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모님은 내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미소 지었다.
“키 조금 컸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점심 식사는 했니?”
“네, 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늦게 밥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 고모님은 내 주변을 두리번거리시더니,
“리코는?”
“리코 누나는 친한 후배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병문안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마 저녁쯤에 올 거에요.”
“그러니? 아쉽게 됐구나.”
라고 물으시기에 누나의 사정을 이야기 해드렸고, 고모님은 무척 아쉬워하셨다. 한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물으시는 고모님께 특별히 별일 없이 지냈다고 대답한 나는 곧바로 가게 일을 돕게 위해 미리 준비해둔 앞치마를 입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손님이 별로 없다. 뭐, 중심가에서 벗어난 진짜 엔티크한 찻집이니 단골이나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오는 곳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고모님이 취미로 운영하는 이 찻집은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순수 목재 건축물이자 계산도 일반 종이 화폐-요즘은 뉴로링커를 통한 전자 화폐가 대세이다.-로만 계산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진짜 골동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게에 있는 몇 안 되는 손님들을 상대하다가 계산대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딸랑하는 방울 소리와 함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에 아주 볼륨 있는 몸매의 여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카나코 씨.”
“오랜만이구나. 후우코.”
이 가게의 단골 중 한 명이자 리코 누나의 단짝 친구인 쿠라사키 후우코 씨이다. 카운터 석에 앉은 후우코 씨는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 유 짱도 오랜만~!”
“오래간만이네요. 후우코 누나.”
후우코 씨라면 거의 3달 만이네. 나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주고는 주문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리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카운터 쪽에 앉을게. 카나코 씨랑 이야기 할 게 있거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후우코 씨는 내가 안내한 자리에 앉자 고모님에게 홍차를 부탁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 계산대로 돌아갔다. 멍하니 가게 쪽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상담?”
“저번 상담의 연장선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에 말씀 드렸던 제 꿈을- 제가 모든 것을 희생해서 얻으려고 했던 그것을 이룬-”
아, 상담 내용이 들려옵니다. 위험합니다. 나는 최대한 딴생각을 하며 그녀들의 상담을 무시하려고 하는데,
“나도 후우코랑 비슷한 경험이 있단다. 내가 진심으로 간절히 원했던 꿈. 절대 불가능했지만 갖고 싶었던 그 꿈을 내 소중한 친구가 대신 이뤄줬지. 그 때는 그 친구가 진심으로 밉고, 질투가 났단다. 몇 번 싸우기도 했지-”
계속 들려온다. 아, 정말이지!!! 차라리 지금 가게 밖으로 나갈까? 라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모님이 불렀다.
“유스케, 잠시만 이리 와주겠니?”
“저, 저요? 지금 갈게요.”
남의 상담을 일부러는 아니지만, 멋대로 들은 거 때문에 부른 건가?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고모님에게 가보니 고모님은 작게 미소 지으며 내게 질문을 했다.
“유스케, 너는 자신이 모든 것을 희생해서 이루려고 했던 소망을 단박에 이루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너랑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어떡하겠니?”
그게 후우코 씨의 상담 내용인가?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후우코 씨에게 시선을 옮기자 후우코 씨는 진지한 얼굴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해야 하는 분위기인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고모님이 말한 상황을 생각해봤다.
내 자신이 모든 것을 희생해서 이루려고 했던 소망을 대신 이루어버린 사람을 어찌 생각하는가?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저녁놀 속에 서있었던 그 아이. 나 같이 한심한 녀석을 대신해 그 아이 옆을 계속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저는 그 사람이 일단 어떤 사람인지 지켜보고 제 소망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그 소망을 그 사람에게 맡기고 응원할 거에요. 행복해질 바라며-”
“그게 네 대답이니?”
고모님의 물음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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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예상 밖의 상황이랄까요? 어쩌다 보니 분량이 늘어나버렸습니다. 아마 아바타 관련은 다음 편에 나올 듯싶습니다. 그나저나 진짜 주인공의 인맥 관계를 조사해볼 필요가- 후우코까지 관련되어 있을 줄이야. 무섭습니다. 주인공의 인맥.
이번화는 후우코와 하루유키의 관계라고나 할까? 소설 속에서 애매했던 설정을 채워 넣어볼까 해서 넣어본 화입니다. 일단- 플래그 따윈 존재하지 않아요!
주인공은 아마 그 기억 때문에 실생활에서 가속을 안 할듯....
일단 누님께서 노리는 것은 브레인 버스터의 초필살기를 이용한 치료법!
그럼 다음화 예고!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되는 그 날의 악몽. 그 날의 악몽을 통해 만들어진 듀얼 아바타. 네이비 레이. 그리고 아주 연한 노랑색의 듀얼 아바타.
3화 - 탄생
START UP
추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녀석들 브레인 버스트의 수상함을 생각하지 않아.
추신2) 크롬 디제스터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괴의 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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