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주인님은검은공주님2화 망상과 창작 구역

“아, 역시 피를 너무 많이 뽑았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방금 전에 프리밋에게 먹히고, 아가씨에게 또다시 헌혈을 해야 했던 손을 들어보았다. 그러자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인간의 손이 아니라 털이 북슬북슬하게 나있는 늑대의 앞발이었다.
 
늑대 인간과 여우 요괴의 혼혈이기는 하지만, 손 정도 잘리면 당연히 재생하기 힘들다. 그래서 일단은 재생하기 쉽게 본래 모습-잡종 늑대-으로 변한 상태였지만, 아무리 재생력이 좋은 늑대 인간이라 해도 피까지 재생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눈 앞에 멋진 꽃밭이 보이고, 금빛 털이 아름다워 보이는 여우 한 마리가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같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이! 폰! 정신차려! 히익! 눈에 흰자위 떴어!”
 
라는 아가씨의 외침에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아, 그랬지. 나, 방금 전에 바닥을 닦는다고 밀대로 바닥을 밀고 있었지. 그러다가 역시 늑대의 앞발은 불편해서 그걸 내려다 보려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어라? 또 꽃밭이 보이네. 이번에는 정말 멋진 털을 가진 늑대가 나에게 손짓을 하네.
 
“아! 폰! 정신차려! 눈 감지 마!”
 
아직 정신을 덜 차렸나 보다. 그렇게 또 꽃밭으로 놀려가다가 정신을 차린 나는 겨우 대리석 바닥에 검붉게 굳은 피를 닦아 내고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아가씨를 에스코트하면서 그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진짜 괜찮은 거야?”
 
내 뒤에서 아가씨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내가 너무 비틀대는 거 같아서 그러신가 보다. 그런 아가씨의 말에 내 옆에서 걷고 있던 프리밋은 개 주제에 혀를 차면서,
 
-그 정도 가지고 비실비실이라니. 아, 똑바로 걸어! 뭔 놈의 남자가 이렇게 허약해!
“프리밋, 솔직히 우리가 조금 심했잖아.”
 
‘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이 심했습니다.’ 라고 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 속으로 꾹꾹 참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아가씨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프리밋 말대로 이 정도 가지고 비실비실대면 집사 일도 재대로 못하죠.”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뭐, 그래도 힘들면 조금 쉬던가…….
“맞아, 프리밋 말대로 일하는 동안에 틈틈이 쉬는 게 좋겠어.”
 
괜찮다는 나의 말에 아가씨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프리밋은 뭔가 양심에 찔리는지 나에게 조금 쉴 것을 권유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가씨도 프리밋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네, 네, 정말로 힘들면 그러겠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권유에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식당 문 앞에 도착했고, 내가 식당 문을 열자 마자, 어제 결국 죽이지 못한 피나 놈과 리조 경이 나 다음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온 아가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피나는 고개를 들자 마자 나의 머리를 보더니,
 
“괜찮아. 허니~! 그런데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네. 설마 나를 위해서?”
“어제 프리밋한테 맞을 때 머리에 큰 충격을 받으셨나 보군요. 제가 왜 피나 경을 위해 이런 머리를 합니까?”
 
라면서 무척이나 느끼한 미소를 지어주자, 나는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뭔가를 겨우 겨우 누르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말에 반박했다. 정말이지 아가씨만 옆에 없었어도 벌써 몇 방 먹였을 건데. 이런 나의 대답에 피나는 무척이나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 이 몸을 걱정해주는 거야? 이거 정말 기분 좋은데? 그리고 부끄러워하지마. 이 형은 전부 이해할 수 있어.”
 
라면서 무척이나 사람 혈압 오르게 만드는 발언들에 참자, 참자, 참을 인 세 개이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말을 머리 속으로 몇 번이나 생각하면서 참고 있는데, 옆에서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리조 경이 그의 뒤통수를 툭 치면서
 
“그만해라. 장난도 정도 것 쳐야지.”
 
라면서 피나를 말리는 것이었다. 정말로 그 때 나는 리조 경에게 무릎 꿇고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 그런 리조의 말에 피나는 좀처럼 짓지 않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리조에게 말했다.
 
“장난이라니?! 나는 진심이라고!! 저 귀여운 외모를 봐봐. 피도 정말로 맛있을 거라고!!”
‘저기, 귀여운 외모하고 피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피나의 발언에 나는 순간 피나에게 저렇게 묻고 싶었지만, 재미있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피나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주먹으로 벽을 쾅 치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기겁을 하면서 결국 그 말을 집어 삼켰고, 피나나 리조, 그리고 프리밋도 무척이나 긴장한 표정으로 왠지 살기를 내뿜고 있는 거 같은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가씨는 피나를 향해 마치 북극의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살벌한 목소리로
 
“폰의 피는 내 꺼야. 그러니까 함부로 내 허락 없이 입 대면 곱게 죽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
 
라고 말하면서 정말로 여신 같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도 아가씨의 말을 새겨들었다는 의미인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내 피의 소유주는 아가씨구나. 물론 잘 알고 있었지만. 왜 이리 기분이 우울해지는 걸까?
 
“자,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폰, 리조와 피나의 식사 가지고 와. 그리고 내 디저트도~!”
-내 것도!
 
아가씨의 명에 나는 우울한 마음을 겨우 정리하고는 식당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대충 혈액 팩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는 싱크대 서랍을 열어 ‘스누피도 놀랐다. 맛있는 개 사료’라고 적혀있는 사람 몸통만한 포대 자루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바가지로 한 되를 퍼 개밥그릇에 넣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회상에 잠겼다.
 
처음에는 정말로 장난 삼아 줘봤다. 절대 그 망할 개는 신선한 고기 아니면 잘 먹지도 않기에 매번 성 근처에 있는 숲에서 매일 사냥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 아니라. 매번 갓 잡은 사냥감만 아니면 잘 안 먹는 그 망할 놈의 개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고 가끔가다 내 몸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 시장에서 개 사료를 사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장에서 사온 과자의 종류라면서 한 번 줘봤다. 그러자 무척이나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역시 ‘가이아의 괴물’이라 불리는 놈도 개라는 것인가? 물론 그녀가 사료를 다 먹고 난 후, 나는 그녀에게 네가 먹은 것은 개 사료라면서 정말로 너는 개가 아니라면서 평소에 당했던 것을 다 담아 놀렸다. 그러자 그녀는 무척이나 담백하게.
 
‘그래? 이게 개 사료로구나. 맛있네. 야, 폰. 이거 식후 간식으로 딱 이야. 그런 의미에서 더 가져와! 안 그러면 잡아 먹어주마!’
 
라면서 10kg짜리를 하루 안에 다 먹는 것이었다. 아하하. 그때는 정말 허탈해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물론 그 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정말로 후회 된다.
 
프리밋이 개 사료에 맛들인 후. 나는 식사 용으로 숲에서 동물들을 사냥해오고, 그 후 디저트로 이 개 사료를 가져오는 것으로 일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었다. 정말이지 그 때로 되돌아간다면 당장에 이 사실을 과거의 나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말리고 싶었다.
 
“에휴. 뭐, 말을 말자. 그냥 다 내 업보라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과거 회상을 마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제는 다시 인간의 손으로 변한 나머지 손과 힘을 합쳐 아가씨께 간식으로 드릴 딸기잼 샌드위치를 몇 개 만들고, 홍차를 끓여 찻잔에 따라 놓더니 쟁반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식당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프리밋은 개 주제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늦었잖아! 빨리 내놔!
 
라면서 나의 바지 가랑이를 무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새삼스럽게 프리밋이 개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개밥그릇을 프리밋에게 넘기고 홍차와 샌드위치를 아가씨에게 리조 경 앞에 혈액 팩을 조심스럽게 놓고는 피나의 얼굴을 향해 혈액 팩을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던졌다. 그러나 피나도 역시 그냥 ‘백기사’라는 칭호를 얻은 게 아닌지 날렵하게 내가 던진 혈액 팩을 잡더니,
 
“으음~! 역시 폰은 츤츤데는 것이 귀여워!”
 
라면서 느끼한 미소를 날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던 아가씨도 마치 소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피나의 말에 동의했다.
 
“아, 역시 폰은 츤데레였어. 그래서 목덜미를 무는 것을 싫어하는 척 했고. 후훗, 다음 번에는 꼭 목덜미를 물어줄게.”
“사양하겠습니다.”
 
아가씨의 장난기 어린 말에 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대충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쉬고 있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이제서야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폰. 너 아침 식사는?”
“설거지와 빨래까지 끝내면 먹겠습니다.”
“안돼. 안 그래서 피를 너무 뽑아서 해롱해롱하잖아. 혈당 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빨리 아침을 먹는 게 좋아.”
 
나의 대답에 아가씨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걱정 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핀잔을 줬다. 나는 그녀의 핀잔에 작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대충 아가씨와 프리밋의 다 먹은 그릇들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 김에 먹겠습니다. 그럼 됐죠?”
”뭐, 그 정도까지는 양보해주지.”
 
나의 말에 아가씨는 살짝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대충 합의하고는 다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계속해서 내 쪽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작게 인상을 찌푸리고는 피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역시 예상대로 피나는 혈액 팩을 다 먹고는 무척이나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피나, 내 식량에 눈독 드리지 마라.”
 
아가씨도 그런 피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피나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충고했고, 피나는 조용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리조 경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피나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했다.
 
“나중에 마을로 내려가서 마음에 드는 사람의 피를 마시게나. 나도 도와줄 테니까.”
“으~! 그래도 정말로 맛있어 보여. 폰 군.”
-그만해라. 아가씨 또 화 내신다.
 
결국에는 프리밋까지 나서서 겨우 겨우 피나는 내 피를 포기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는 포기한다 해도 역시 저 몸은 포기 못하겠어!”
 
이, 이 자식!! 몸까지 노리는 것이었어?! 이거 완전 변태 아냐?! 피나가 피를 포기하길래 안심하고 있던 나는 피나의 또 다른 목표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아가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아가씨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꼬마 같은 표정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피만 아니라면 괜찮아. 그러니까 해도 돼! 그런데 누가 ‘공’이고, ‘수’야?”
 
뭘 해도 된다는 겁니까?! 무척이나 잔인한 아가씨의 발언에 피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좋아했고, 프리밋은 고개를 땅으로 푹 숙이더니 웃음을 참는 듯했고, 이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인 리조 경은 큰소리로 그들에게 외쳤다.
 
“무슨 천박한 소리입니까?! 아가씨! 그리고 피나 좋아하지마! 자네는 남자 아닌가!”
 
 
 
그렇게 여러 의미에서 개판인 아침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나는 아가씨와 프리밋이 먹는 그릇들을 들고 부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가씨와 프리밋은 자신의 방에. 피나 놈은 다행히도 검술 훈련을 위해 리조 경이 연무장으로 끌고 갔기 때문에 길가다가 보쌈 당하는 불상사는 당하지 않을 듯싶었다.
 
하지만, 정말 아가씨도 너무 하지 않는가? 아무리 장난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정말 이럴 때는 집사 일을 때려 치고 싶다.
 
“에휴.”
 
부엌에 도착한 나는 대충 냉장고에서 베이컨과 햄을 꺼내 대충 간을 하고는 프라이팬으로 구워 식빵에 대충 넣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우유 한잔을 하고는 내가 먹은 그릇과 아가씨와 프리밋의 그릇을 설거지했다.
 
설거지를 마친 나는 대충 그릇들을 정돈하고, 부엌을 대충 정돈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빨래를 하기 위해 아가씨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아가씨는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 마자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미안. 폰, 역시 장난치고는 심했지?”
 
라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아침 식사 때 있었던 일을 사과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괜찮다고 말하자 아가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내기 심하다 싶었어. 아무리 폰이라고 해도 사람 취향이라는 것이 있었을 건데.”
“아, 네. 그렇죠.”
 
아가씨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저는 절대 남자 취향이 아닙니다. 그러자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폰은 피나보다 리조가 더 좋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정말이지 주인 실격이야.”
“아니, 괜찮습니……. 네?”
“정말이지 잘 보면 알 수 있었는데. 역시 리조를 좋아하니까 리조를 닮아가고, 리조에게 매번 존경의 눈빛을 보내잖아. 정말이지. 존경에서 사랑으로 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갑자기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내가 리조 경을 사랑한다고? 무슨 흡혈귀가 헌혈한다는 소리인지.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억울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저기, 아가씨. 제가 리조 경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것은 매번 저를 괴롭히는 아가씨와 피나를 잘 다루기 때문에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건데요?”
“괜찮아. 폰, 다 이해해. 폰은 츤데레니까……. 하지만, 나에게까지 진실을 숨길 필요는 없어!”
 
아가씨의 계속 되는 열변에 나는 점점 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개가 배를 부여잡고 웃는 희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고, 그 광경에 나는 또 아가씨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거라는 것을 깨닫고는 땅이 꺼지더라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아가씨가 이럴 때마다 나는 10년 전. 처음 이 아름다운 검은 공주님을 만났을 때를 떠오르게 된다. 10년 전, 부모 같았던 스승님의 명으로 이 성에 처음 와서 아가씨를 만났을 때는 딱 한가지의 감정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공포’. 정말 그 때는 무서웠다. 그 붉디 붉은 눈동자와 마치 신이 만든 것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운 인형과도 같은 모습에 정말로 무서웠다. 그리고 처음 며칠 동안이지만 그 때 느꼈던 무관심이란……. 정말 최악이었다. 뭐, 나중에는 서로 친해지고, 같이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정말 처음 만났을 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저기, 폰. 어이~! 폰!”
 
그렇게 10년 전 일을 새삼스럽게 떠오르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졌던 나는 갑자기 왼쪽 뺨에 느껴지는 통증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위를 보았다. -참고로 아가씨가 나보다 3cm크다.- 그러자 그 곳에는 양 볼을 무척이나 귀엽게 부풀리고 있는 귀여운 검은 머리의 소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아무리 놀렸다고 해도 이렇게 무시하면 어떡해?!”
“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에 잠겼나 봐요.”
 
삐진 듯한 아가씨의 말에 나는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그녀는 잡고 있던 내 볼을 놓아주더니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알았으면 됐어. 그리고 정말로 미안해. 이번에는 진짜야.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어. 그러니까 미안해. 알았지?”
 
라면서 진심으로 사과해주셨다. 그런 아가씨의 사과에 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10년 전, 공포라는 감정 밖에 느껴지지 못했던 아가씨에게 이런 따뜻함을 느끼게 되다니 말이다. 정말이지 이래서 내가 집사 일을 그만 못 두는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아가씨 빨래하게 어제 입었던 옷들을 주세요.”
“알았어. 그런데 조금 기분이 묘한데. 남자가 여자의 속옷 빨래까지 하니 말이야.”
 
나의 부탁에 아가씨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투덜거리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제발 하고 이 성에 메이드라던가 하인을 더 넣어주세요.”
“그래도 폰이 제시한 조건에 맞추려면 힘들단 말이야. 최소 ‘시간을 자유자제로 조절하는 메이드’와 동급의 능력을 가진 메이드와 하인을 구하라니.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냐?”


나의 말에 아가씨는 더욱더 인상을 찌푸리면서 투덜거렸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저런 메이드는 존재하지 않을 듯 하지만 이 성에서 일하려면 적어도 전투력이 높은 인간이나 다른 종족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어찌됐든 자, 빨래. 그럼 가봐.”
 
아가씨가 넘겨준 빨래 더미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받고는 공손히 아가씨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음 빨래를 구하기 위해 리조 경의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기네.”
 
그렇게 리조 경의 방으로 걷던 나는 새삼스럽게 이 성의 복도가 무척이나 길고 넓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장식으로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오래돼보이는 것들도 많고, 그러고 보니까 스승님이 가끔 이 성에 놀러 올 때마다 복도에 장식한 그림들을 슬쩍한다고 한적이 있던 거 같던데…….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스승님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도 한적이 없군. 우리 스승님은 딱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괴짜’였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진짜 괴짜’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대단하고 묻는다면 사도와 진조, 교황청에서조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고, 사도 27조에 속해있는 사도들과 진조의 공주. 그리고 마법사라고 불리는 인간들까지 친구 먹고 있으니 말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돌아가신 부모와 같은 사람이었다. 물론 성격이 괴팍하고, 재멋대로이지만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뜻한 존재였다. 그리고 나에게 일자리라면서 이 성의 집사 일을 시킨 것도 스승님이었다. 그 때, 스승님은

“폰, 이곳에서 일좀 해라. 내가 아는 사도 아가씨의 성인데. 하인도 한명도 없고, 집사도 없다더라. 뭐, 너 정도라면 그 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추천한 거니까. 열심히 일해봐.”

라면서 보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왜 이 성에 하인들이 없고, 실력이 있어야 살아 남는지 말이다. 그것은…….


그렇게 폰이 상념에 빠지고 있었을 때, 그런 폰을 향해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

폰의 속성은 츤데레와 BL이었습니다!![헛소리는 그만!!]

안녕하십니까. 아직도 아스트랄한 망상에 빠지고 있는 현입니다.

그리고 일단 이번화의 개그는 왠지 모르게 약한 거 같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번화에는 뭐, 드디어 폰의 속성이 밝혀졌다는 것[응?]과 폰이 왜 집사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소개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화는 아마 전투씬이 나올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제가 드디어 클라나드 휴대폰 걸이와 열쇠 고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돈이 꽤 깨지는 작업이었습니다.[먼산] 특히 인쇄를 실패에서 천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했을 때는 절망이었죠. 뭐, 지금은 만족스럽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럼 제 소설을 사랑해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면서 악몽의 현은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덧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블랙)

111
37
41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