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단편]요리퀸 소악마. 망상과 창작 구역

타입문넷의 이벤트로 끄적인 소설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도서관의 작은 악마. 소악마라고 합니다. 실수투성이에 한심하고, 다른 분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지만 저기 계시는 파츄리 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즐거운 연회 중에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지금 벌칙 게임의 일환으로 제가 파츄리 님을 모시며 저지른 부끄러운 실수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겠습-

-마리사 씨! 저 못하겠어요! 제 이야기는 딱히 재미없고, 부끄러워요! 네? 분명 재미있을 거니 계속하라고요? 파츄리 님, 도와- 우우, 알겠습니다. 명령이라면 진짜 부끄럽지만 이야기를 해야죠.

여러분, 재미없더라도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사식의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아시나요? 저기, 마리사 씨 손 내려주세요. 마라사 씨는 마법사이니 당연히 아시잖아요. 마법사가 아닌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주세요. 네, 에이린 씨. 정답입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저는 5년 전에 파츄리 님이 이야기해주시기 전까지 전혀 몰랐는데-

사식의 마법. 방금 에이린 씨께서 대답해주셨죠? 이 마법을 익히면 인간들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식사나 수면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몸으로 변하는 아주 고위의 마법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마법을 익힌 마법사는 파츄리 님과 앨리스 씨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전혀 쓸모 없는 잡 지식은 됐고, 빨리 이야기나 하라고요?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부끄러운 이야기는 5년 전. 제가 파츄리 님이 사식의 마법을 익히신 것도 모르고, 혼자 착각하고 폭주한 에피소드거든요.

그래서 사전지식으로 사식의 마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드린 건데- 쓸데없는 짓을 해서 죄송해요! 저 같은 건 여러분 앞에서 이야기 할 자격이 없어요! 우우, 괜찮으니까 계속 이야기하라고요? 왕의 명령을 절대적이라고요? 칫!

어쩔 수 없네요.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5년 전 그 날. 저는 평소처럼 파츄리 님의 아침 식사로 샌드위치와 새벽에 직접 짠 신선한 우유를 준비한 후, 밤새 독서 중이신 파츄리 님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고마워. 거기 두고 가.”
“네, 파츄리 님.”

저는 파츄리 님이 앉아계시는 책상 위에 아침 식사를 두고, 식사에 방해되지 않게 파츄리 님에게 조금 떨어져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파츄리 님은 한 손으로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남은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깨작거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백작이라는 인간이 트럼프 도박을 하면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 음식이라고 했죠? 인간은 대단하네요. 이런 독특한 발상도 하고-

“잘 먹었어. 치워줘.”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많이 남기셨네요. 저는 파츄리 님께서 내밀어주신 샌드위치 접시와 빈 우유 잔을 받고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도서관 안쪽에 자그마하게 만든 부엌으로 걸어갔습니다.

최근 무슨 일 있으신지 파츄리 님께서 식사를 많이 남기시고 계십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겨우 샌드위치 한 조각과 우유 한잔으로 아침 식사 끝. 어디 편찮으신 게 아닌가 걱정되어 파츄리 님께 어디 편찮으신지 여쭈어보고, 직접 확인도 했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

네? 다이어트요? 그게 뭔가요? 아, 살 빼는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파츄리 님의 몸에는 다이어트 따위 필요 없습니다. 파츄리 님은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몸매니까요. 저기, 사나에 씨? 왜 갑자기 화를 내시는 건가요?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최근 군것질을 자주해서 입맛을 잃었다고요? 후후후, 저는 파츄리 님의 사역마. 파츄리 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았지만, 군것질 같은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거 하실 성격도 아니고요.

어찌됐든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부엌에 도착한 저는 일단 컵을 씻으며 계속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왜 파츄리 님은 식사를 별로 안 하시는 걸까?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으신 게 아닐까? 설마

“제 음식이 맛이 없어진 걸까요?”

저는 황급히 물기를 털고, 파츄리 님이 남기신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먹어봤습니다. 입 안에 있는 샌드위치를 천천히 꼭꼭 씹으며 맛을 음미해봤습니다. 으음, 평소와 똑같은 맛인데요? 특별히 잘못된 것은- 잠깐만요? 평소와 같은 맛?!

“알았다!!”

네, 드디어 알았습니다. 왜 파츄리 님이 제가 만든 음식을 남기시는지- 그 이유는 바로 ‘매번 똑같은 맛’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저는 소악마입니다. 이름 없는 작고 약한 존재지만, 저는 이름 그대로 악마입니다. 인간이랑 종족이 전혀 다른 저희들은 당연히 생명 유지를 위해 먹는 것도 틀립니다. 하지만, 저희들도 ‘맛’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인간들처럼 저희도 같은 맛만 계속 먹으면 질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희 도서관에 있는 요리책을 보고, 책에 적혀있는 그대로 요리를 해 파츄리 님의 식사를 챙겨드렸습니다. 매번 같은 메뉴에 평범하고, 정석적인 맛. 제가 생각하기에도 질릴 거 같습니다. 우- 저는 사역마 실격입니다. 파츄리 님을 위해 요리도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저란 악마는 정말 한심하고, 쓸모가 없어요.

자, 이제 어떡할까요? 다시 요리책을 찾아볼까요? 대부분의 책들은 본 거 같은데- 아! 좋은 수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홍마관에는 그 분이 있었습니다.

완벽하고 소쇄한 메이드장이신 사쿠야씨가-!!!

-

“-그러니까 그 여자. 아니, 파츄리 님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나한테 요리를 가르침 받으러 왔다?”
“네,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샤쿠야 씨.”

사쿠야 씨는 갑자기 제가 찾아와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말에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사쿠야 씨가 가사일이나 아가씨를 모시는 일로 무척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홍마관에서 요리를 가장 잘하시는 분은 이 사람 밖에 없습니다. 정말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다시 한번 사쿠야 씨에게 고개 숙여 부탁했습니다.
 
“부탁 드립니다.”
“알았어. 알았어. 가르쳐줄게. 내가 왜 그 여자를 위해-”
“저기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먼저 주방에 가서 준비해둘 테니 너는 천천히 와.”

그 말을 끝으로 사쿠야 씨는 능력을 쓰셨는지 눈 깜박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말 사쿠야 씨는 좋은 분이에요. 이 은혜는 나중에 꼭 3배로 갚을 것을 다짐하며 저는 주방으로 날아갔습니다.


주방에 도착하니 사쿠야 씨가 커다란 테이블 위에 식재료들과 요리 도구들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황급히 사쿠야 씨를 도와드리며 그녀에게 늦게 온 것을 사과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메뉴는 민스 미트 파이에 간단한 디저트로 정하고, 재료를 준비했는데 괜찮지?”
“네, 상관 없어요.”

처음 들어보는 요리입니다. 이거라면 분명 파츄리 님도 흥미를 가지실 겁니다.

“좋아. 먼저 재료부터 소개해줄게. 밀가루 350g에 고형 버터 225g. 달걀 1개. 간고기(비계 비율40%). 감자. 양파. 소금. 후추. 감자 1개. 사과 1개. 흑설탕 200g. 건포도 조금. 브랜디 조금이야. 한번 확인해볼래?”
“네!”

사쿠야 씨. 아니, 선생님의 말에 저는 착실하게 재료를 확인했습니다. 으음, 전부 이상 없습니다. 사쿠야 선생님에게 이상 없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밀가루가 담긴 커다란 그릇에 깍둑썰기로 자른 버터를 넣고, 저에게 넘겼습니다.

“여기에 손바닥으로 버터를 비벼봐.”

저는 사쿠야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손으로 비벼보자 손의 온기로 버터가 녹으며 밀가루에 스며들었습니다. 사쿠야 선생님은 저에게 달걀 1개를 넘겨주며,

“여기에 달걀 1개를 풀어 넣고, 손으로 있는 힘껏 반죽하는 거야.”
“네.”

라고 지시하시기에 저는 계란 1개를 그릇에 풀어 넣고 열심히 반죽했습니다. 파츄리 님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기를 간절히 원하면서요. 반죽이 어느 정도 뭉치자 사쿠야 씨는 자신의 능력으로 반죽을 휴지-랩이나 젖은 헝겊으로 싼 후 냉장실에서 30분 동안 쉬게 하는 거. 반죽이 안 깨지고 잘 구워지기 위해 하는 기술입니다.-시킬 테니, 간 고기를 잘게 다지고 있으라고 말한 후 눈앞에서 또 사라지셨습니다. 정말 사쿠야 씨의 능력은 편리하네요.

“라라~루루루루~ 흠흠~”

저는 예전에 파츄리 님이 흥얼거리셨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기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제 힘이 부족한지 잘 썰리지가 않습니다. 파츄리 님은 질긴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저는 최선을 다해 간 고기를 다진 후. 사쿠야 선생님에게 다음 지시를 받기 위해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사쿠야 씨, 다 됐어요.”
“빠르네.”

저의 부름에 선생님은 언제 오셨는지 제가 들고 있던 다진 간 고기가 담긴 접시를 가져가가시더니,

저의 부름에 선생님은 눈 깜박할 사이에 제 앞에 나타나시더니 반죽덩어리가 담긴 그릇과 파이 틀을 저에게 넘겨주시며

“이제 이 반죽을 펴서 이 파이 틀에 깔아두고 감자 좀 삶고 있어줘. 나는 그 동안 고기를 소금후추로 간해서 재워둘게. 아, 사과도 으깨”

라며 반죽덩어리가 담긴 그릇과 파이 틀을 제게 넘기신 후 또 사라지셨습니다. 감자. 일단 씻어야겠죠? 저는 감자를 물로 깨끗이 씻긴 다음 물을 가득 채운 냄비에 퐁당 빠트린 후. 화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이 끓고 있는 동안 저는 파이 틀에 파이지를 핀 후. 칼로 사과 껍질과 씨앗을 제거했습니다. 다지는 것은 칼로 하면 될까요? 저는 도마 위에 사과 반쪽을 올린 후, 열심히 사과를 다지며 틈틈이 냄비 안에 있는 감자가 잘 익고 있는지 쇠막대로 확인해보았습니다.

감자가 맛있게 잘 삶아졌고, 사과를 다 으깨자 사쿠야 씨가 소리소문 없이 눈 앞에 나타나시더니,

“그 정도면 됐어. 이제 삶은 감자를 사과처럼 으깨고. 냄비 안에 으깬 사과. 감자. 다진 고기. 건포도. 흑설탕을 넣어 살짝 졸이는 거야. 마지막에 브랜디를 조금 넣어 봐. 그럼 맛이 더 괜찮아질 거야.”
“네!”
파이 속이 완성되면 파이에 80% 정도 채워서 뚜껑을 만들어서 올려주는데, 주의 사항. 뚜껑은 바닥 파이지 보다 2배 정도 차이 나게 얇아야 해.”

특이한 요리법이네요. 도대체 어떤 맛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파이 속을 만들어 파이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덮었습니다.
 
“이제 마무리하자. 넘치지 않게 껍질에 살짝 칼집을 내어주고, 계란 물을 발라줘. 200도에서 15~20분 구워주면 끝. 아, 그 동안 디저트나 준비할까?”
“네!”

파츄리 님! 기다려주세요!! 파츄리 님의 입에 탄성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었으니까요.

-

“오늘 점심은 파이네?”
“네, 요즘 입맛이 없으신 거 같아서 한번 구워봤어요.”

저는 파이 한 조각을 잘라 파츄리 님 앞에 있는 접시에 올린 후, 홍차를 따라드렸습니다. 사쿠야 선생님이 전수한 비장의 ‘민스 미트 파이’! 이거라면 분명 파츄리 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주실 겁니다.

파츄리 님은 눈앞에 놓인 파이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포크로 파이 끝을 조금 잘라 입 안에 넣으심과 동시에 뿜었습니다!

“무큐! 무큐! 무큐! 무큐! 무큐!”
“괜찮으세요?!”

창백해진 얼굴로 기침을 심하게 하시는 파츄리 님의 모습에 저는 황급히 파츄리 님께 다가가 그 분의 등을 위아래로 쓰다듬어드렸습니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홍차를 한번에 원샷하신 파츄리 님은 거친 숨을 몰아내시며 제게 말했습니다.

“이제 괜찮아.”

거짓말입니다. 괜찮다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파츄리 님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도 붉게 충혈된 상태입니다. 이것은 역시- 파츄리 님의 지병인 천식이 또 발작을 일으킨 거 같습니다. 아아, 빨리 나으셔야 하는데-

“소악마.”
“네, 파츄리 님.”
“나, 지금부터 침실에서 눈 좀 붙일 테니까. 너도 오늘은 사서 일 같은 거 하지 말고, 푹 쉬고 있어. 저녁 식사는 생각 없으니까 안 해도 돼.”
“알겠습니다.”

파츄리 님은 무척 지쳐 보이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제가 만든 파이를 몇 초 동안 지그시 노려보시고는 침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저는 남은 파이와 빈 잔을 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파이는 식으면 맛이 없어지기에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리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설거지와 뒷정리를 마치니 갑자기 한가해졌습니다. 평소대로라면 도서관 책장 정리를 하면 되지만, 오늘은 파츄리 님이 쉬라고 하셨으니 쉬어야지요.

“책이나 읽을까요?”

새로운 요리법도 찾고 싶고, 천식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저는 도서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찾은 천식에 대한 책과 요리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맨 먼저 파츄리 님을 괴롭히는 천식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부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천식이란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아주 예민해진 상태로, 때때로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이 차고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들리면서 기침을 심하게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병을 말하는데,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이런 증상들은 반복적으로, 발작적으로 나타나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서 나타난다.”

천식은 알레르기 질환이었군요. 거기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문제. 도서관 청소.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천명(쌕쌕 거리는 거친 숨소리)이며 심한 천식 발작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이 요법에 환경 관리를 잘 한다면 정상 건강인처럼 살아갈 수 있다.”

천식으로 파츄리 님이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안됩니다! 그것만은 절대 안됩니다! 오늘부터 도서관 청소를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식이 요법? 이건 뭘까요? 저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메밀, 계란, 복숭아, 밀가루, 땅콩 등이 일부 천식 환자에게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음식을 먹고 나서 증세의 악화를 경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음식을 가려 먹지 않아도 무방하다.”

메일과 복숭아는 모르겠지만, 계란이나 밀가루로 만든 빵. 견과류에 파츄리 님이 기침하신 적은 전혀 없습니다.

“천색에 좋은 음식으로는 은행, 호박, 배가 좋습니다.”

은행은 어떤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호박이라는 채소와 배라는 과일은 전에 책에서 본적 있습니다. 배는 9월 말에 호박은 10월에 나오는 식물들로 영양이 아주 풍부한 식물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구하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홍마관의 식재료를 보관하는 창고에 배와 호박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도 배와 호박을 재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고요. 으음, 어떡하죠? 방법이- 아!

-

“-그런 연유로 나를 찾아왔다고?”
“네, 미노리코 님. 혹시 배라는 과일과 호박이라는 채소를 알고 계십니까?”

저의 물음에 아키 미노리코 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셨습니다.

“알고 있다.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소중한 작물들이지.”

찾았습니다. 역시 가을과 풍작의 신. 대단합니다. 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노리코 님께 고개 숙여 부탁 드렸습니다. 파츄리 님을 위해 작물들을 조금만 나눠달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미노리코 님은 환한 미소를 띄우며 제게 말했습니다.

“안돼.”
“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등한 대가를 치워야 한다. 산에 있는 무녀가 해준 말이야. 내가 소중히 키운 작물들을 얻으려면 너도 그와 동등한 무언가를 나에게 줘야 해.”
“대가요?”

어떡하죠? 지금 제 수중에는 미노리코 님의 소중한 작물들과 거래할만한 물건들이 전혀 없습니다. 파츄리 님의 저녁 식사로 맛있는 호박죽을 끓여드리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군요. 저는 품 속에서 스펠 카드를 꺼내 미노리코 님께 보여드렸습니다.

“호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미노리코 님! 탄막 승부입니다! 제가 이기면 호박과 배를 넘겨주시고, 미노리코 님이 이기면 저를 마음대로 부려먹으세요!”

상대는 신. 승산이 전혀 안 보이지만, 파츄리 님을 위해!!!

“승부!”

-

겨우겨우 이겼습니다. 아니, 이긴 것도 아니죠. 저는 죽을힘을 다해 덤볐는데도 미노리코 님은 탄막 놀이가 끝날 때까지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이셨고, 제가 이기자 즐거웠다며 호박과 배, 사과까지 저에게 넘겨주시는 것을 보면 분명히 봐주신 겁니다. 뭐, 결과가 다 좋으면 되는 거에요.

일단 늙은 호박은 죽으로 끓이고, 배는- 방금 전에 찾은 바깥 세계의 요리. 꿀배숙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먼저 호박죽부터 만들겠습니다. 재료는 늙은 호박 1개. 물 200ml, 찹쌀가루 30g, 찬물 200ml, 소금 2g, 설탕 12g입니다. 먼저 늙은 호박의 속을 도려내고 껍질을 칼로 잘라냅니다.

“으음.”

꽤나 자르기 힘듭니다만, 파츄리 님을 위해 힘을 냅시다. 껍질을 벗긴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물과 함께 냄비에서 끓여줍니다. 호박이 익는 동안 저는 배를 깨끗이 씻어주고, 윗부분을 썰어 뚜껑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가만히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꿀배숙도 같이 하겠습니다.

뚜껑을 닫기 전에 배속을 숟가락으로 파준 뒤, 또 다른 냄비에 물을 붓고 설탕을 넣은 뒤 약한 불에 설탕을 녹이며 꿀을 조금 넣어줍니다. 국자로 살살 저으며 포크로 호박이 잘 익었는지 쿡쿡 찔러봅니다. 걸리는 느낌 없이 쑥 들어가면-

“다 익었다.”

호박이 다 삶아졌습니다. 자, 이제 조심스럽게 냄비에 물을 조금 버리고, 주걱으로 호박을 눌러 으깨줍니다. 덩어리가 전혀 안 보일 정도로 호박을 으깼습니다.

“그 다음은-”

아까 전에 설탕을 녹인 냄비를 처리해야겠죠? 냄비 속을 확인하니 설탕이 어느 정도 녹았습니다. 저는 냄비 안에 아까 손질한 배와 배 속을 같이 넣고, 통후추를 살짝 뿌렸습니다. 이제 약한 불로 푹 졸이면 꿀배숙은 대충 완성되는 겁니다.

여러분 아까 호박죽 재료 소개를 할 때 이상함을 못 느끼셨나요? 네, 맞습니다. 물과 찬물을 따로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찬물에 찹쌀 가루를 넣고 잘 개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자, 이제 호박죽도 슬슬 마무리하겠습니다.

으깨진 호박이 들어있는 냄비에 찹쌀가루를 풀어준 물을 붓고, 눌지 않도록 저어가며 끓여줍니다. 아, 깜박할 뻔 했습니다. 배를 넣은 냄비도 수시로 확인해야죠? 으음,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배가 꿀설탕 물에 잘 조려진 거 같아요.

저는 호박죽을 끓이던 것을 잠깐 멈추고, 냄비에서 졸여진 배를 꺼내 같이 졸인 배소를 담았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레몬으로 살짝 즙을 뿌려주고, 뚜껑을 덮으면- 완성! 꿀배숙!

아아, 아직 안 끝났죠? 호박죽이 남아있죠?! 저는 황급히 호박죽을 끓이던 냄비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눌지 않고, 찹쌀 가루가 다 익었습니다. 이제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면- 호박죽 완성! 이제 파츄리 님이 깨어나시면-

“분명히 저녁 식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을 건데?”
“에?!”

등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파츄리 님이 이마에 손을 짚은 체, 한숨을 내쉬고 계셨습니다. 저는 재빨리 화롯불을 끄고 파츄리 님께 말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별로. 속이 영 좋지 않아서 제대로 못 잤어.”
“그러세요? 그럼 이 호박죽 한번 드셔보세요.”
“호박죽?”

저는 찬장에서 수프 그릇을 꺼내 그릇에 호박죽을 담아, 테이블 위에 올렸습니다. 파츄리 님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테이블 위에 있는 호박죽을 지그시 쳐다보셨습니다.

“겉보기에는 진한 크림 수프 같은데, 달짝지근한 향이 나네. 아까 그거보다는 훨씬 음식다운 거 같은데-”

파츄리 님은 호박죽과 제 얼굴을 번갈아 보시더니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어 호박죽을 한 숟갈 떠드셨습니다.

“맛있어.”

호박죽을 한입 떠먹어보신 파츄리 님은 무척 환한 미소를 지으며 또 한 숟가락 떠드셨습니다. 성공입니다. 파츄리 님이 좋아하십니다! 저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호박죽과 같이 만든 꿀배숙을 권했고, 파츄리 님은 이것도 맛있다며 저를 칭찬해주셨습니다.

“너는 요리에도 재능이 있구나.”
“당연하죠. 아, 디저트도 드실래요? 아까 점심 때 만든 건데. 이것도 맛있을 거에요.”
“기대되는데?”

파츄리 님의 말에 저는 부엌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있던 장어 젤리를 꺼내 파츄리 님께 드렸습니다.

-

장어 젤리를 드신 파츄리 님은 또다시 천식 발작을 일으키시더니, 무척 지쳐 보이시는 얼굴로 침대에 쓰러지듯이 잠이 드셨습니다. 그 다음 날, 파츄리 님은 저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자신은 사식의 마법을 익혔다며 이제 식사를 챙겨줄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그 날 이후로 저, 요리에 취미가 생겨서 가끔 파츄리 님의 간식을 만들어드리고 있습니다.

“이야기 끝났습니다.”
“잠깐? 그게 부끄러운 이야기라구?!”

“네, 그렇습니다. 사역마이면서 파츄리 님이 사식의 마법이라는 것을 익힌 것도 모르고, 혼자 또 착각해서 사쿠야 씨랑 미노리코 님께 폐를 끼쳤죠. 결국 파츄리 님에게 며칠 동안 맛없는 음식을 식사라고 갖다 드렸죠?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에요?”

저의 말에 마리사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제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시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뭔가 이상한가요?

“뭐, 인요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 그나저나 장어 젤리라-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그러세요? 그럼 한번 드셔보실래요?”

마리사 씨의 말에 저는 파츄리 님이 오늘 연회 때 쓴다고 해서 만들어온 장어 젤리 100개가 담긴 가방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습니다.

“연회 오신 분들께 나눠드리라고 해서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괜찮을까요? 어찌됐든 정말 맛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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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는 요리. 테러는 양념. 이라는 희대의 괴작을 쓰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전부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이고, 효능도 소설에 나오는 그대로이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민스 미트 파이는 요리법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요리로- 약간 창작을 해봤습니다. 실제로 저 요리를 만들면 죽어요.

일단 컨셉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주인. 파츄리를 위해 소심하지만, 착한 소악마가 열심히 노력하고, 사고도 치는 본문이고, 또 하나는 소악마의 식사 이야기로- 아마 신사게로 가야 볼 수 있는 소설을 구상했으나 단편제는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읽는 소설이고, 에로 소설은 제 정신을 보노보노하게 만들기 때문에 포기.

참고로 사쿠야는 공식 설정에서는 파츄리를 ‘그 X’이라 할 정도로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런 괴식을 소악마에게 가르친 겁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너무 허접한 작품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파츄리는 도망쳤습니다. 장어 젤리의 정체를 알고 있던 사쿠야와 유카리도 도주했습니다.
추신2) 환상향은 영국 요리에 멸망했습니다.
 


덧글

  • 히무라 2012/08/30 22:12 #

    영국요리라니! 너무해!!!
  • 쿠로코아 2012/08/30 22:16 #

    범인은 패드-[어디선가 날라온 나이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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