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TS]어느 공기 마녀 이야기(5) 영원정 가는 길 망상과 창작 구역

-병원 진짜 싫어해요.

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자각몽이라고 해야 할까요? 꿈 속의 저는 몽롱한 기분으로 발 밑에 잔뜩 피어있는 샛노란 달맞이꽃의 향기를 맞으며 새까만 밤하늘에 떠있는 붉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는 붉은 달을 보며 저는 불길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달이 너무 아름답고, 슬프다고도 느껴졌습니다. 정말 이상하네요. 저.
 
“아름다운 달이지. 나의 무녀여.”
 
갑자기 들려오는 미성의 목소리에 저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곳에는 붉은색 꽃무늬가 새겨진 흑색 기모노를 입은 은발 적안의 미소녀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서있었습니다.
 
‘누구?’
 
어라? 꿈속이라서 그런 걸까요?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거기다 이상하게도 제 눈앞에 있는 소녀가 낯설지가 않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미소녀인데, 가족같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왠지 모르게 있는 힘껏 한방 먹여주고 싶은 기분도 느껴져요.
 
어찌됐든 이상한 소녀는 팔을 뻗어 제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며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이곳의 생활은 즐거우냐?”
 
이 곳의 생활?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지금 제 눈앞에 보이는 풍경? 아니면, 환상향?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꿈속에서의 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고, 소녀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다행이구나. 이곳은 잊혀진 자들의 낙원. 절대 너를-”

-오빠. 쿠로코 오빠!!
 
*****
 
“쿠로코 오빠, 쿠로코 오빠! 일어나. 아침이야!”
“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노란색 앞치마 차림의 시아가 어깨를 흔들어 저를 깨우고 있었습니다. 머리 속이 몽롱한 상태로 이부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머리가 무겁고, 목이 욱신거리며, 뭔가 이상한 꿈도 꾼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콜록콜록.”
“괜찮아요? 오빠?”
 
갑작스레 기침이 나와 재빨리 입을 막고, 시아에게 기침이 튀지 않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아, 어제 약 먹고, 일찍 잤는데- 기침과 두통이 어제보다 더 심해진 거 같습니다. 시아는 제가 갑자기 기침을 하자 당황했는지 주먹으로 등을 두드려줬습니다. 계속되는 기침에 눈가에 눈물이 고일 때쯤 기침이 멈췄습니다.
 
“아, 진짜 죽을 맛이네.”
 
저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그저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알몸 와이셔츠 차림으로 파츄리 선생님의 도서관에서 잠이 들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한과 함께 마른 기침이 조금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하고, 예방차원으로 집에 있는 감기약을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열이 나고, 코가 막혔습니다. 푹 쉬면 나을 거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집에서 독서하며 매 끼니때마다 감기약을 먹었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일찍 잠들었습니다. 그것이 어제 일이었고, 오늘은- 기침이 더 심해졌습니다. 머리가 욱신거립니다. 기분 최악입니다..
 
“오빠. 잠깐만-”
 
시아는 저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저의 이마에 손을 얹었습니다. 시아 손 차갑네요. 열이 조금 떨어진 느낌입니다.
 
“어제보다 열도 더 심해졌어.”
“그래? 콜록콜록.”
 
이마에서 손을 땐 시아가 무척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저는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재보았습니다. 무척 뜨겁습니다. 어제랑 뭔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오빠, 안되겠어. 영원정 가자.”
“괜찮아. 감기는 약 먹고 푹 쉬면 나아.”
 
바깥세계에서 평소에 감기를 달고 살았던 저의 경험담입니다. 감기는 약 먹고 푹 쉬면 낫습니다. 병원. 특히 영원정에 갈 필요가 없으니 절대 안 갈 거에요! 하지만, 시아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반박했습니다.
 
“어제도 그 말 했어. 오빠.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약 먹고 푹 쉰 쿠로코 오빠는 감기가 나았습니까?”
“그, 그게- 더 심해졌지. 하지만, 며칠만 더 쉬면-”
“변명은 죄악이에요! 쿠로코 오빠!”
“미, 미안. 콜록. 콜록. 콜록.”
“괘, 괜찮아?”
 
시원하게 기침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다들 경험해보셨죠? 목구멍이 막힌 느낌으로 기침을 해서 답답함이 느껴지는 그거. 아, 제 빈약한 어휘력으로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제가 기침하는 모습에 시아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등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나, 오빠가 아픈 거 싫어. 오빠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걸. 가족이 아픈 것은 정말 보기 싫어. 그러니까 에이린 선생님께 가서 진찰받자. 응?”
 
아아, 정말 가기 싫은데. 고작 감기 걸린 거 뿐인데-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 동생이 진지하게 에이린 씨에게 진찰받으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야죠. 그곳이 설령 지옥이라 해도 말이죠.
 
“알았어. 갈게.”
“진짜?!”
“응, 영원정에 갈 테니까. 인상 펴.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기겠다.”
“응!”
 
역시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요. 저는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럼 씻고 올게.”
“그럼 나는 오빠가 씻고 있을 동안 아침밥 차리고 있을게.”
“오냐.”
 
시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아, 에이린 씨에게 빚지기 정말 싫었는데- 여러분,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제가 에이린 씨를 거북해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년하고도 반년 전, 저는 원래 성별로 되돌아가기 위해 이것저것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가장 빠르고, 깔끔한 방법은 유카리 씨에게 부탁하는 방법이었지만, 유카리 씨, 아직까지는 제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생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제길.
 
남은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움직이지 않는 대도서관. 파츄리 선생님의 지식을 빌려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마리사 녀석에게 훔친 마도서를 거래 조건으로 남자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약을 만들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설마 파츄리 선생님이 마법 약을 만드는 것에 서투를 줄이야. 전혀 몰랐습니다. 잠깐 유우코 씨에게 인사 드리고 염마 님에게 설교를 듣고 왔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모든 약을 제조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에이린씨에게 부탁하는 방법이었습니다만, 역시 미궁의 죽림은 미궁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영원정의 ‘영’자도 보이지 않네요. 할 수 없이 저는 영원정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마리사에게서 되찾은 마도서를 거래 조건으로 파츄리 선생님의 제자로 들어갔습니다.
 
파츄리 선생님의 제자가 된지 2달 조금 지났을 때였나? 갑자기 여동생이 고열을 내며 쓰러진 겁니다. 마을 의원은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고, 파츄리 선생님에게 부탁해 비슷한 증상의 치료법을 찾았지만, 환상향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재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남은 방법은 딱 하나 뿐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코아 씨에게 시아를 부탁하고, 모코우 씨를 찾아갔습니다. 그녀에게 무릎 꿇고, 이마를 땅에 대며 빌었습니다.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테니 영원정에- 에이린씨와 만나게 해주세요. 안 그러면 시아가- 제 여동생이 죽을지도 몰라요!’
 
그 때, 모코우 씨께서는 제가 영원정과 에이린 씨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분명히 놀라셨을 텐데,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엎드려 빌고 있는 저를 조용히 일으켜 영원정으로 데려다 주셨고, 저를 막으려는 레이센과 테위의 상대까지 해줬습니다.
 
-정말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어찌됐든 대궐 같은 영원정을 뒤지고 뒤져, 에이린 씨를 만났습니다. 만난 것까지 좋았는데- 설마 제 능력이 ‘더러움’까지 잘 안보이게 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유카리 씨,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도난품을 저에게 선물이라며 주신 겁니까?! 진짜 죽을 뻔 했잖아요!!!
 
이런저런 우연과 불운이 겹치고, 겹쳐 에이린 씨는 저를 카구야와 자신을 데리러 온 달의 사자로 착각하셨고, 진짜 목숨을 건 탄막놀이를 했습니다. 아니, 그걸 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때 한계 이상의 힘을 써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에이린 씨도 그 때 팔 한 짝이 날아갔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 다행히 오해는 풀리고, 저와 시아는 무사히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받은 후가 문제였죠.
 
저는 여동생과 저의 치료비. 에이린 씨의 팔을 하나 날려버린 대가로 영야 이변의 준비부터 시작해 신약의 실험대. 영원정 1면 보스까지 담당해야 했습니다. 거기다 매달마다 있는 시아의 정기검진이나 옛날 일을 들먹이며 신약의 실험대를 계속 시키고 있습니다. 요수가 아닌, 인간에게는 어떤 반응이 오는지에 대한 실험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에이린 씨에게 제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달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또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모르며, 어쩌면 여자가 된 거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아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에이린 씨에게는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무척 친절하고, 무상으로 도와주시면서 저한테는 왜 이러는 거죠?! 어떻게든 방법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

“어서 오세요. 쿠로코 씨. 안녕. 시아.”
 
브와르 도서관에 들어서자 코아 씨가 무척 반가운 얼굴로 저희를 반겨줬습니다.
 
“안녕하세요. 코아 언니.”
“콜록. 좋은 아침이에요. 코아 씨. 콜록콜록.”
“쿠로코 씨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좋지 않네요.”
"쿠로코 오빠. 감기에요. 어제부터 계속 열나고 기침이 나와요."
 
코아 씨의 물음에 기침 때문에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는 저를 대신해 시아가 대신 대답해줬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코아 씨의 안색이 어두워졌습니다.
 
"코아 씨?"
"쿠로코 씨가 감기에 걸린 거. 아마 저 때문일 거에요. 제가 그 날 쿠로코 씨에게 제대로 된 옷을 가져다 드렸다면- 쿠로코 씨가 잠드셨을 때, 옷차림과 날씨를 생각해서 좀더 두꺼운 모포를 덮어드렸다면-"
"아니요. 절대 코아 씨 잘못이 아닙니다."
 
정말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이 작은 악마 아가씨. 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콜록. 저, 바깥세계에서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거기다 그 날은 마리사에게 쫓기고, 간제 헌혈도 당해서 몸도 많이 약해졌고, 홍마관 오는 길에 비도 맞았죠. 콜록콜록 물론 홍마관에 오자마자 바로 샤워를 했지만 제대로 머리도 말리지 않고, 꼼꼼히 닦지 않았고- 아! 그러니까 제가 감기 걸린 것은 절대 코아 씨 잘못이 아닙니다! 절대요!"
“오빠, 말하는 게 엉망진창이야.”
 
말재주가 없는 저의 한계입니다. 거기다 열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요. 어찌됐든 저의 횡설수설에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지셨는지 코아 씨는 작게 미소 지으시며 말했습니다.
 
“역시 쿠로코 씨는 상냥하시네요.”
“그런가요? 콜록콜록.”
“그나저나 쿠로코 씨. 아프시면 집에서 푹 쉬시지 왜 도서관에?”
 
아,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코아 씨의 물음에 저는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저기, 파츄리 선생님 지금 바쁘세요?”
“파츄리 님이요? 파츄리 님은 지금 독서 중이십니다.”
“그래요? 저희 지금부터 영원정에 가려고 하는데-”
“아, 그거군요. 알겠습니다. 파츄리 님께 오늘 가실 건지 여쭈어보고 오겠습니다.”
“부탁 드립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현자에는 현자입니다.
 
***
 
앞에 말씀 드렸듯이 시아는 한 달에 한번. 에이린 씨에게 정기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2년 전 그 날. 시아를 진단하시고, 치료해주신 에이린 씨게 저에게 말해줬습니다. 시아의 몸 상태에 대해-
 
-폭력으로 인해 상당수의 골격이 뒤틀려져 있고,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해 성장발육도 좋지 않는데다가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낮음.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상태.
 
이것이 에이린 씨가 진단한 시아의 몸 상태였습니다. 에이린 씨 말로는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하며, 완치는 힘들 거라고 하셨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립니다.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매주마다 받아야 했던 검진이 1달에 한번으로 바뀌었고, 키도 많이 컸고, 많이 웃으며 친구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어찌됐든 매주 시아의 정기검진을 따라다녔던 저는 점점 상태가 좋아지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며 문뜩 머리 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제 귀여운 동생처럼 지병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는 마녀 선생님. 그녀도 여동생처럼 건강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저는 그녀에게 권유했습니다. 같이 영원정이라는 곳에 가서 천식의 치료를 받자고 말이죠.
 
책과 머리가 상하는 것이 싫었던 그녀는 단칼에 저의 권유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했습니다. 그녀를 무척 소중히 생각하는 그녀의 사역마도 제 의견에 동의하며 같이 설득했습니다.
 
저희들의 끈질긴 설득에 파츄리 선생님은 항복 선언. 매달에 한번 시아와 함께 진찰받으러 영원정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파츄리 선생님의 천식은 많이 나아지셨습니다. 잘됐구나. 잘됐어. 참고로 코아 씨는 도서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같이 안 갑니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건데-
 
어찌됐든 대 에이린 씨 대책. 아니, 감기 치료받으러 가는 김에 시아의 정기검진도 하고, 파츄리 선생님의 천식치료도 받기 위해 저와 시아는 파츄리 선생님을 모시고, 미궁의 죽림을 날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절대로 에이린 씨의 상대를 시아나 파츄리 선생님에게 떠넘기려고 같이 가는 게 아닙니다. 죽어도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 그것보다 이 놈의 죽림. 예전이나 지금이나 길 찾기 더럽게 힘듭니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는 것은 대나무뿐. 처음 환상향에 왔을 때가 떠올라 기분이 안 좋아집니다. 뭐, 지금은 늑대 아저씨라는 아주 훌륭한 후각을 가진 안내자가 있으니 절대 길 잃을 걱정은 없습니다.
 
"저기, 쿠로코."
 
시아와 함께 늑대 아저씨의 등에 타고 있던 파츄리 선생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어디 불편하신가?
 
"네, 파츄리 선생님."
"어제 밤에 별을 봤어. 대충 62일 5시간 21분 뒤에 보름달이 떠오를 거야. 아주 새빨간 보름달."
 
파츄리 선생님은 어젯밤에 천체 관측을 한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붉은 달이라- 바깥세계에서도 가끔 뜬다고 하던데, 단 한번도 못 봤습니다. 참고로 타입문에 등장하는 달의 공주님이 떠오른 것은 비밀입니다. 저랑 같이 파츄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던 시아는 무척 흥미로운 얼굴로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우아~! 달님이 붉은색이라고요? 보고 싶다."
"그럼 쿠로코랑 같이 보러 올래? 나, 너, 쿠로코, 코아. 넷이서-"
"볼래요!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쿠로코 오빠가 착한 아이는 절대 밤에는 나가지 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거기까지 말한 시아는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는 시선으로 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무척 가고 싶어하는 얼굴이군요. 어쩔 수 없죠.
 
"알았어. 그날만큼은 봐줄게. 같이 가자. 콜록콜록."
"아싸!"
 
제가 달 구경하는 것을 허락해주자, 시아는 양 주먹을 쥐며 환호성을 질렸습니다. 이 녀석, 달 구경하는 게 그렇게 좋은가? 이렇게 기뻐해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영원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아, 테위 언니다."
"응?"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품속에서 스펠 카드를 꺼내려던 저는 시아의 말에 카드를 꺼내는 것을 멈추고, 마법으로 시력을 강화시켰습니다. 검은색 단발 머리에 분홍색 원피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머리 위에 튀어나와있는 토끼 귀는 보입니다. 테위 맞네요. 저는 반가운 마음에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테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안녕, 테-" "시아!!!"
 
씹혔습니다. 테위는 손을 흔들고 있는 저를 지나쳐 늑대 아저씨 등에 앉아있는 시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꼭 껴안았습니다.
 
"오랜만이야! 시아! 잘 지냈어? 안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네. 그, 누구더라 공기 녀석이 막 부려먹지는 않아?"
"어이!"
 
이 자식, 지금 누구보고 공기라는 겁니까? 저는 테위에게 한 소리 할 생각으로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저를 무시한 체, 시아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어이! 무시하지마!! 제길! 또 능력입니까?! 또 존재감입니까?! 누구라도 좋으니 제 인사를 받아주세요!! 더러운 현실에 좌절 상태에 빠졌는데,
 
"저기."
 
누군가 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불러줍니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시아와 진한 애정 행각을 벌이던 테위가 작게 미소 지으며 제게 자그마한 세전함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존재감을 드립니다."
 
이 빌어먹을 토끼 녀석이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저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테위의 얼굴에 욕 한 바가지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테위의 능력은 제가 알기로는 그것입니다.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정도의 능력. 그렇다면- 저는 속는 샘치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세전함 안에 넣었습니다.
 
"고마워! 평범하고 상식 있는 인간 남자. 쿠로코 짱."
"테위!!"
 
방금 전까지 저를 공기라고 불렀던 테위가 제대로 이름을 불러줬습니다. 저의 성별을 제대로 말해줬고, 저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고 있습니다!! 세전함 효과 끝내주는 거 같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져서 동전 몇 개를 더 꺼내 세전함에 넣었습니다.
 
"우아아! 쿠로코, 통 크네~! 멋져! 멋져! 남자다워!!"
"우헤헤헤헤헤."
"바보."
 
어라? 파츄리 선생님이 뒤에서 뭐라 한 거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죠? 테위 최고!!!! 내 마음 속 동방 최애캐에 너도 넣어줄게!!!
 
 
이야, 진짜 기분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사내아이답다.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고, 저를 보는 파츄리 선생님과 늑대 아저씨의 시선이 조금 바뀐 거 같지만, 기분 탓이겠죠. 저희는 멋지고 아름다운 토끼 요괴. 테위의 안내를 받으며 영원정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기, 테위?"
"왜? 사내대장부 쿠로코 군."
"영원정에 레이센 있어?"
"응, 있어."
 
다행입니다. 테위의 말에 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것으로 에이린 씨에게 진찰받을 확률이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파츄리나 시아가 에이린 씨에게 진찰받는 사이, 저는 레이센에게 진찰을 받는 겁니다. 어차피 제가 걸린 병은 감기. 레이센이 담당해도 별 문제 없는 병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영원정하니 머리 속에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저는 테위에게 물었습니다.
 
"테위, 카구야는?"
"공주님은-"
 
테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콰쾅하는 폭음과 함께 저희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졌다 싶은 위치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습니다. 아아, 또 시작이군요. 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불기둥이 솟구쳤던 곳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카구야아아아아!!!"
"모코우우우우우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습니다. 미궁의 죽림의 특수 이벤트라고 해야 할까요? 미궁의 죽림의 명물. 카구야와 모코우 씨의 죽고 죽이기입니다. 참고로 19금 고어 이벤트이니 미성년자는 사라져주세요.
 
저는 피와 살이 튀기며 아주 신나게 싸우고 있는 둘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후, 품 속에서 두 장의 스펠 카드를 꺼내 마력을 주입했습니다. 퍼스트 카드 오픈!.
 
"[환부] 인요 랜덤."
 
[환부] 인요 랜덤. 이 카드는 40초 동안 서로의 존재감과 겉모습을 바꾸는 스펠카드입니다. 전에 서니 녀석에게 쓴 스펠 카드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카구야는 모코우 씨의 모습으로 모코우 씨는 카구야의 모습으로 바꾸겠습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고요?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지금 한 사람을 칼로 찌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순간 멈칫하겠죠? 제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모코우 씨와 카구야는 환상 마법으로 인해 서로의 모습이 바뀌자 순간 서로를 죽이는 것을 멈췄고, 그 틈에 저는 두 번째 스펠 카드를 발동시켰습니다.
 
"[토부] 스텔스록."
 
여기서 포켓몬을 떠올리신 분? 정답입니다. 이 카드는 상대 주위에 무수한 바위를 솟구치게 해 상대를 공격. 솟구쳐진 바위는 계속 공중에 둥둥 떠있어 엄폐물이나 방패로 쓸 수도 있습니다. 모델은 당연히 꼬마 돌입니다.
 
하지만, 저 둘이 누구입니까? 영야초의 Final 보스와 EX보스입니다.
 
"뭐야?! 귀찮게?!”
“이 기술은- 쿠로코?”
 
카구야는 바위들을 파괴. 모코우 씨는 회피하는 것으로 스텔스록을 스펠 브레이크 시켰습니다. 일단 저 둘의 싸움을 말린다. 라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조금 기분 나쁘네요. 진심으로 공격한 것은 아니지만, 기습이었다고요! 조금이라도 당황해주거나 스쳐주면 어디 덧납니까? 제길!
 
어찌됐든 싸움을 멈춘 두 사람은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모코우 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에게 성을 냈습니다.
 
“무슨 지거리야?! 네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저 재수없는 카구야의 머리를 날려버렸을 텐데!”
“어머, 누가 할 소리를? 쿠로코가 방해만 안 했다면 너의 그 빈약한 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고! 쿠로코 덕분에 산 줄 알아!”
“야, 따라 올라와.”
“누가 겁낼 줄 알고!”
“어이!”
 
이것들이?! 겨우 말렸더니 또 싸우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스펠 카드로 방해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또 싸우려고 할 거 같고- 어쩔 수 없군요. 저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죽고 죽이기를 하려는 카구야와 모코우 씨가 확실하게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아, 시아야! 빨리 이쪽으로 와봐! 네가 우아하고, 고상한 공주님이라고 생각했던 카구야와 차분하고 어른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던 모코우 씨가 서로 욕을 하며 싸우고 있어!! 콜록콜록”
“?!” “?!”
 
반응이 있습니다. 자, 계속하겠습니다. 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아, 우리 불쌍한 시아. 그 어린 것이- 콜록. 순수하고 착한 아이가- 피와 선혈이 난무하고, 살이 타 들어가며, 팔과 다리가 날아가는 싸움을- 콜록. 그것도 동경하고 있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며 얼마나 상처받을까? 얼마나 슬퍼할까? 콜록콜록”
“쿠로코 오빠?”
 
타이밍 좋게 시아와 파츄리 선생님, 테위, 늑대 아저씨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틈으로 모코우 씨와 카구야를 쳐다보았습니다. 아아, 당황하고 있습니다.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아, 카구야 언니와 모코우 언니다! 안녕하세요.”
“그, 그래. 오랜만이야. 시아.”
“아, 안녕. 시아.”
 
아아, 너무 재미있습니다. 카구야, 엄청 웃긴 얼굴이야! 모코우 씨! 손 흔드는 동작이- 로봇 같아요! 아아, 제가 말재주가 좀더 뛰어났다면 이 재미있는 광경을 확실히 묘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그럼- 나는 급한 볼일이 있어서 이만! 카구야, 쿠로코, 두고 보자!!”
“에?”
“안녕히 가세요. 모코우 언니.”
 
모코우 씨는 카구야와 아무 잘못 없는 저까지 노려보고는 죽림으로 도망쳤습니다. 저는 아무 잘못 없는데-
 
“쿠로코, 빨리 가자.”
“네, 네, 파츄리 선생님.”
 
뭐, 저 둘의 싸움을 말렸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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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이벤트: XXXX 1단계가 발동되었습니다.]
[시스템: 코아의 호감도가 +5 올랐습니다.]
[시스템: 테위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소지금의 10%가 사라집니다.]
[이벤트: 카구야& 모코우의 죽고 죽이기가 발동되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과제라던가 기타 여러 일들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원래 영원정 편은 한편으로 끝낼 생각이었습니다만... 쓰다보니 늘어났고, 절반으로 나눴습니다. 열심히 썼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 다음편을 준비 중입니다. 플랫은 대충 짜놨는데... 선택하기가 좀....

1. 태양의 꽃밭(신캐릭터 등장. 쿠로코X)
2. 요괴 퇴치(신캐릭터 등장.)
3. 백옥루 편(플랫 전혀 안 짬)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뭔하시는 루트가 있으시면 덧글로 남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다음편은 1주일 뒤에 올리겠습니다. 아마도?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며 저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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